경제

SK하이닉스 TC본더 발주 전쟁, 한미반도체 독점 무너지나

경제연구야 2025. 5. 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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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뉴스를 보며 재밌는 소식을 하나 접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 제조용 TC본더를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에 '동시 발주'했다는 내용이었죠. 처음엔 그냥 기업 간 거래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안에 반도체 업계의 권력 구도 변화와 AI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고스란히 담겨있더군요. 특히 기존 '을'이었던 장비 업체가 '갑'인 대기업에 초강수를 둔 흔치 않은 사례라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SK하이닉스 TC본더 발주 전쟁, 한미반도체 독점 무너지나

 

 

SK하이닉스의 묘수, 두 회사 동시 발주

SK하이닉스는 지난 16일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TC본더 장비를 동시에 발주했습니다. 계약 규모는 다음과 같은데요.

업체명 계약 규모 비고
한미반도체 428억 1200만 원  
한화세미텍 385억 원 부가가치세 제외

이런 '멀티 벤더' 전략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 장비가 뭐길래 이런 관심을 받는 걸까요? TC본더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 과정에서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핵심 장비입니다. 하나의 가격이 약 30억 원인데, 이번에 양사가 공급하게 될 TC본더는 25~30대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동안 이 장비는 한미반도체가 압도적 점유율로 SK하이닉스에 공급해왔는데, 갑자기 한화세미텍이라는 새 업체가 등장한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은 '위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공급업체에만 의존하면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존 공급업체와의 갈등이 심각해져서 결국 '이중 발주'라는 다소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아요.

한미반도체의 '갑자기 을이 된' 느낌

지금까지 한미반도체TC본더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에게도 장비 공급 승인을 내주면서 갈등의 불씨가 당겨졌습니다. 3월에 한화세미텍이 첫 수주 소식을 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15대가량의 장비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뭐야, 갑자기 라이벌이 들어와?' 하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초강수를 뒀다고 하는데요. SK하이닉스의 HBM 제조라인에 파견했던 유지보수(CS) 엔지니어들을 전부 철수시킨 거죠. 설상가상으로 TC본더 가격 28% 인상까지 요구했다고 하네요.

이 부분에서 저는 한미반도체의 반응이 다소 과했다고 봅니다. 물론 그간 독점적 위치에서 안주해왔는데 갑자기 경쟁자가 생기니 불안했겠죠. 하지만 CS 엔지니어를 철수시키는 건 자칫 '갑질'로 비춰질 수 있는 위험한 카드였습니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멈춰서는 안 되는데, 이런 상황이 생기면 SK하이닉스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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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주가, 수주 소식에 '화답'

이런 갈등 속에서도 SK하이닉스의 이번 발주 소식은 한미반도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 16일 한미반도체 주가는 무려 11.72% 상승했고, 17일에도 10.38% 올라 90,400원에 마감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한미반도체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극적인 반등이라고 볼 수 있죠.

사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4월에 최저점(5만8200원)을 기록했고, 올해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었습니다. TC본더 독점 지위가 흔들리면서 주가도 함께 흔들렸던 거죠. 게다가 2025년 1분기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매출액이 1,400억 원, 영업이익이 686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으니까요.

반면, 한화세미텍의 모회사인 한화비전은 TC본더 수주 소식에 힘입어 올해만 주가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도 올해 들어 한미반도체 주식은 1541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반면, 한화비전 주식은 약 2776억원 순매수했다고 하니 자금의 흐름도 변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두 회사 사이의 특허 분쟁도 '불씨'

이 사태에는 또 다른 복잡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는 점이죠.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 제품을 구매한 것이 한미반도체의 불만을 더 키웠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기술 기업 간의 특허 분쟁은 흔한 일이지만, 여기에 주요 고객사까지 끼어들면서 더 복잡한 상황이 된 것이니까요.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우리 기술을 훔쳐간 회사한테 발주하다니!' 하는 배신감이 들었을 수도 있고,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술력이 검증된 장비라면 누구에게서 사든 상관없다'라는 실리적 판단을 했을 겁니다.

SK하이닉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 승자는?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은 "둘 다 챙기겠다"는 절충안으로 보입니다. 공급망 다변화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한미반도체와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죠. 기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두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SK하이닉스로서는 올해 최대 80여 대TC본더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하니, 향후 추가 수주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나머지 물량도 한화세미텍한미반도체가 양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미반도체의 독점적 지위는 확실히 끝난 것이겠죠.

앞으로 두 회사는 HBM 12단 수율 향상을 위한 '플럭스리스 본더'와 HBM 16단 상용화를 위한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개발 경쟁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소비자, 즉 SK하이닉스에게 유리할 텐데요. 양쪽에서 더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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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례를 보면서 반도체 산업에서 공급망 다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특히 AI 반도체 열풍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핵심 장비의 안정적인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최근 20만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데, 5월 16일 199,400원에 마감했다가 17일에 다시 20만원선을 회복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전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최근 엔비디아가 'AI 생태계 확장' 전략을 발표한 것도 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거예요.

저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반도체 업계의 힘의 균형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갑'으로서 장비 업체들에게 일방적인 요구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술력을 가진 중견기업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결국 이번에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준 건 시장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HBM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은 절대 감수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앞으로 이런 갈등 구도가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 독과점 업체들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하고, 대기업들은 더 이상 한 회사에만 의존하지 않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계속해서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번 SK하이닉스의 결정은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은 사례로, 산업 전체적으로는 건전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요.